항상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서비스업. 그 중에서도 고객과의 대면 접점이 유독 많은 외식업소는 군대로 치면 최전방에 해당한다. 365일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 대비해 항상 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예기치 않게 매장에서 자주 발생하는 의료사고와 이물질 혼입 사고, 서비스 불만족 등으로 인한 악성루머 확대는 외식업소의 단골 위기상황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외식업소가 이러한 위기상황에 대비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매뉴얼이 없어 작은 위기에도 큰 난관에 봉착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활성화로 오너의 작은 말실수부터 아르바이트생의 불친절까지 작은 불씨가 해당 기업의 운명을 한순간에 바꿔 버리는 시대이기 때문에 평소 기업의 위기관리 능력은 더욱 중요해졌다. 외식기업의 흥망성쇠와 수명을 좌우하는 위기관리의 중요성과 사례별 대응 전략을 알아본다. 글•김성은, 이지연 기자
Part. 01
블랙컨슈머 대응하기
외식업계 노리는 블랙컨슈머 급증
무조건적인 합의보다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해 적극 대응해야
최근 날이 갈수록 더 독해지고 교묘해진 수법의 블랙컨슈머 증가로 외식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서비스업의 특성상 철저한 을의 입장인 외식업체로서는 명확한 근거나 이유 없이 마음먹고 흠집내기에 나서는 악성고객들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로 인한 피해가 막중한 가운데 업계는 블랙컨슈머에 대응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글•이지연 기자 praise@foodbank.co.kr
블랙컨슈머 횡포 날이 갈수록 진화
‘손님은 왕이다’라는 서비스업의 기본 윤리 및 자세를 교묘하게 악용하는 블랙컨슈머의 횡포가 날이 갈수록 무서워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단순 클레임 고객과 블랙컨슈머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사회적 기준이 불명확하고 기업과 소비자 간의 보상기준에 대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부재하기 때문에 뚜렷한 대응책 마련이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해가 갈수록 외식업체의 피해는 증가하고 있지만 대외적인 평판 및 서비스가 영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업종의 특성상 해당 기업 입장에서는 속수무책인 경우가 대다수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4월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블랙컨슈머 악성 불만에 대한 대응실태를 조사한 결과 83.7%가 ‘악성불만을 그대로 수용한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 90%가 ‘기업의 이미지 훼손 방지’를 꼽았다.
SNS 사용자 늘면서 피해 더욱 가속화
최근 블랙컨슈머가 급증한 데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 증가가 큰 몫을 했다. 과거에는 원하는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는 경우에만 인터넷에 글을 올렸지만 최근에는 아예 개인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글부터 띄워 여론몰이 후 이를 빌미로 협상테이블을 제안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악성루머의 경우 대부분의 SNS이용자들이 사실관계 확인 없이 심정적 동의만으로 글을 퍼나르다 보니 확대 재생산되는 사례가 많아 일단 부정적 글이 게재되면 해당업체는 이유를 불문하고 적잖은 피해를 입게 된다. 게다가 자칫 초기대응이 서툴러 시간을 끌다보면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 때문에 외식기업들은 이미지 손상을 우려해 시시비비를 가리기 보다는 일단 대부분의 요구조건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들어주는 사례가 많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수십명이 단체로 움직이는가 하면 카페와 블로그, 트위터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동조자를 모으기도 하고 성공경험이 많은 주동자들이 힘을 합쳐 조직적으로 접근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며 “심지어 최근에는 외식기업의 피해 보상 사례 및 더 많은 위로금을 챙길 수 있는 노하우까지 SNS를 통해 유포돼 블랙컨슈머로 인한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무조건 피하기보다는 강경 대응해야 피해 최소화
이러한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며 실제 피해 업체가 속출하자 외식업계 관계자들은 대응 매뉴얼 및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특히 블랙컨슈머 전담팀을 만들어 법률자문 및 사례 연구, 강성 고객 전담 상담원 구성 등을 진행하는가 하면 CCTV 및 녹음 등 확실한 증거확보를 통한 법적 대응, 미스터리 쇼퍼를 활용한 고객불만 요소 사전 진단 등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방향의 교육과정 신설 및 응대 매뉴얼을 구축해 나가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한편 블랙컨슈머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결국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윤리와 소비자 권익만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벗어나 소비자가 지켜야 할 윤리와 책임 역시 지속적으로 공론화해 여론을 계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더 많은 정보는 <월간식당> 11월호를 참고하세요.